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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보

등원 거부하는 아이

by 다둥맘부천댁 2023. 10. 9.

막내 아이가 7살 형아와 1년 남짓 함께 등원하였습니다. 덕분에 어린이집에도 금방 적응하고 1년간 단 한 번도 울면서 등원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랬던 막내가 형아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단 2일 만에, 어린이집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 등원거부 썸네일

워킹맘이라 보육시간이 짧은 유치원은 부담이 되서 위에 아이 둘을 7살이 될 때까지 풀로 어린이집에 보낸 덕에 막내아이는 적응기간이어도 큰 트러블 없이 순조롭게 어린이집에 적응했다 생각했습니다. 선생님도 좋아해서 멀리서 선생님이 보이면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안길 정도로 어린이집을 좋아했습니다. 1년 뒤, 형아가 초등학교로 떠나고 혼자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생각은 했지만, 등원 거부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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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에 문제가 있는 아이라 아이에게 물어서 문제를 확인하긴 쉽지 않았고, 선생님들은 괜찮다고만 하니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병원에서도 언어지연 검사를 권할 정도로 말이 느렸던 큰 아이를 등원 한 달만에 말문을 트여준 어린이집에 무한 신뢰를 가지고 있던 당시엔 선생님들의 지도방법에 문제가 있을 거란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습니다. CCTV를 확인하는 건 어린이집을 퇴소할 각오를 하는 게 아닌 이상 요구하기 어려웠고.. 이렇게 원인도 모른 체 아이를 억지로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린이집 활동사진에는 아이가 전혀 선생님을 바라보지 않고 있었고, 선생님의 이야기에 전혀 집중하지 않는 모습만 보였습니다. 하원하면서 담임선생님과 이야기해보면 컨트롤이 되지 않는 문제아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자주 들어야 했습니다. 아이에게 물어보면 선생님 싫다는 이야기만 하고 왜 싫은지에 대해선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아이의 등원시간을 조금 늦추고 등원 전에 엄마와 충분한 산책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부러 원에서 가장 친한 친구와 등원시간을 맞추어 등원시키기도 했는데 모두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상 떠나가라 우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내고 등원 시킨지 8개월.. 좋은 자리가 있어 이사를 결정하고 등원거부를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기 전에 무한 신뢰하던 어린이집을 미련 없이 옮겼습니다. 등원거부를 하던 아이였기 때문에 미리 어린이집에 아이와 함께 방문하여 원장님과 상담을 진행하고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반응을 지켜보았는데 처음 만나는 원장님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또래 친구들과 인사하고 함께 놀고.. 원장님과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선생님 손에 맡겨져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가졌는데, 상담을 하는 내내 단 한 번도 울거나 엄마를 찾지 않고 놀았습니다. 오히려 상담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 집에 가지 않으려 해서 난감했었지요. 얘가 왜 이러나.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이전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과 아이 사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습니다. 어린이집 이소가 확정되고 나서 다시금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소한 어린이집이 차량등원을 해야 하는 곳이었는데, 바로 5분 거리 어린이집에 엄마와 걸어서 등원하는 것도 힘들어하던 아이가 과연 엄마 없이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어린이집에 잘 갈 수 있을까..

이사 후 등원 첫날 보조선생님이 아닌 운전하시던 원장님이 직접 내려서 아이를 차에 태워주셨습니다. 처음에 잠깐 움찔하던 아이는 원장님 손을 잡고 어린이집 차량에 올라탔고, 엄마에게 손인사를 해주고 그렇게 첫 등원을 했습니다. 혹시나 낯선 상황에 겁먹을 까 잘 아는 누나와 함께 차량에 탈 수 있도록 시간을 맞춰 등원시켰는데 엄마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듯, 씩씩하게 등원하고 웃는얼굴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하원차량 보조선생님이 막내아이 담임선생님이어서 잠깐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 패턴이 너무 잘 잡혀있다고 놀랍다고 하시더군요. 밥 먹고 나면 식판과 숟가락, 젓가락을 정리하고, 놀고 나면 장난감을 정리하고, 다른 아이들이 놀던 것도 모두 정리해서 선생님들이 손댈 게 없었다고.. 그러면서 한 가지 언질을 해주셨는데, 이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많이 억압을 받은 듯하다는 것이었습니다. 4살, 그 어린아이의 생활 패턴이 이렇게 까지 딱 잡히려면 그만큼 아이에게 많은 통제가 있었을 거라고.. 등원거부가 있었다 들었는데, 아마 이게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전해주시는데, 순간 눈물이 나더군요.

큰 아이의 사례가 있어 어린이집에 맹목적인 신뢰를 보내던 엄마 때문에 막내 아이가 마음고생을 했을껄 생각하니 한없이 미안해졌습니다. 빨리 조치해주지 못한 엄마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혹시나 아이에게 큰 상처로 남지 않을지 걱정도 되었습니다. 사실, 해당 어린이집은 큰 아이 졸업 후 원장님부터 시작해 많은 선생님들이 교체되었습니다. 재단 어린이집이었기 때문에 학교처럼 원장님 임기가 있었고, 임기가 끝나면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가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큰아이가 졸업할 때 즈음, 원장님이 바뀌었고 그 뒤로 선생님들도 차례차례 바뀌어 사실상 무한 신뢰를 보내던 어린이집은 원장님이 바뀐 시점에 끝났다고 보아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엄마의 판단미스로 아이가 고생한 것이지요.

물론 선생님들의 지도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담임선생님의 교육 방침이 개월수에 따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걸 지도하는 방식이 타이트했던 것뿐이고, 제 아이는 이걸 싫어했던 것뿐이지요. 이 방식에 잘 적응해 어린이집을 즐겁게 다니는 아이도 있었으니 이 일로 그때의 선생님들을 원망하는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등원거부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가 왜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지 분명한 이유를 찾아주세요. 막연하게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서 등원거부 하는 아이는 많지 않습니다.

아이가 8개월이 지나도 엄마랑 헤어질 때 운다. 이것은 크게 걱정할 필요없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엄마랑 헤어지는 게 싫어 어린이집 현관에서는 울지만, 교실로 들어가 친구들을 만나면 그때부턴 친구들과 신나게 놀기 바쁩니다. 이는 엄마와의 애착이 잘 되어있어 엄마와 헤어지기가 싫은 거지 어린이집이 싫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미 어린이집 적응도 끝난 아이가 등원할 때부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울면서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다면 이는 어린이집 생활환경이 아이와 맞지 않는 것입니다. 막내아이는 지금도 가끔 이전 어린이집에 대해 이야기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싫다는 표현을 합니다. 혹시 등원 거부하는 아이가 있다면 너무 늦기 전에 아이가 등원거부하는 이유를 찾아 해소해 주세요. 원인도 모르고 무작정 어린이집을 옮기면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 확률도 높습니다. 다만, 이것만은 꼭!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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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 거부를 한다고 해서 선생님들의 지도 방식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 아이가 무엇 때문에 어린이집을 거부하는지, 유도질문은 하지 마시고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아이와 어린이집 사이에 트러블이 있는 것 같다 느껴지면 빠르게 조치를 취해주세요.